그 사람을 만났던 때는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가던 시기였다. 내 생활도 바빴고, 그 사람도 자기 일이 많았다. 처음부터 거창한 만남은 아니었다. 몇 번 같이 이야기하고 밥을 먹으면서 조금씩 가까워졌다.
나는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다. 자기 일을 잘했고, 혼자서도 잘 지냈다. 무엇보다 나를 지나치게 붙잡지 않았다. 나는 그게 좋았다.
처음에는 연락이 조금 늦어도 괜찮았다.
“오늘 바빠?”
“응. 좀 정신없었어.”
“알겠어. 끝나고 연락해.”
정말 괜찮았다.
문제는 내가 그 사람을 점점 더 좋아하면서 시작됐다.
연락이 늦으면 이유가 궁금해졌고, 말투가 평소와 조금만 달라도 신경이 쓰였다. 답장이 짧은 날에는 내가 뭘 잘못했나 생각했다. 그러면서도 먼저 묻기는 싫었다. 내가 너무 매달리는 사람처럼 보이는 건 싫었기 때문이다.
결국 이상한 일이 생겼다.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하루 종일 그 사람의 연락을 기다렸다.
어느 날 밤에는 세 시간 동안 답장이 없었다. 나는 휴대폰을 책상 위에 놓고 일을 하다가 다시 확인하고, 물을 마시다가 또 확인했다. 그러다 결국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.
“바빠?”
답은 십 분 뒤에 왔다.
“응. 미안. 오늘 너무 정신없었어.”
별일 아닌 말이었다. 그런데 나는 이미 마음속에서 혼자 열 번쯤 싸운 뒤였다.
우리는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했다. 붙어 있을 때는 좋았지만, 관계가 흔들릴 때마다 서로의 방식이 달랐다. 나는 확실한 태도를 원했고, 상대는 조금 더 두고 보는 쪽이었다.
결국 어느 날 내가 먼저 말했다.
“우리 지금 무슨 사이야?”
상대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.
그 침묵을 보는 순간 알았다. 내가 원했던 답은 이미 나오지 않을 거라는 걸.
나는 그 자리에서 관계를 정리했다. 집에 돌아와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씻고 침대에 누웠다. 그런데 휴대폰을 뒤집어 놓고도 한참 동안 다시 뒤집지 못했다.
나는 놓고 싶어서 놓은 게 아니었다. 더 상처받기 전에 내가 먼저 끊은 것이었다.
그 뒤로 나는 한동안 사랑을 시작할 때마다 같은 질문을 했다.
이번에는 내가 덜 좋아할 수 있을까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