서른 무렵, 내 생활이 크게 바뀌는 일이 생겼다. 일 때문에 새로운 곳을 자주 오가게 됐고, 그 과정에서 교육을 하나 듣게 됐다. 원래라면 귀찮아서 미뤘을 일이었지만 그때는 이상하게 신청을 했다.
그 사람은 그곳에서 처음 만났다.
첫인상은 아주 평범했다. 깔끔하게 입고 있었고, 자세가 반듯했다. 말이 많지는 않았는데 질문을 받으면 대답을 정확하게 했다. 괜히 아는 척하지도 않았다.
수업이 끝난 뒤 내가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다가왔다.
“이거 파일로도 받을 수 있어요?”
“아마 받을 수 있을걸요.”
“그럼 혹시 보내주실 수 있어요?”
나는 잠깐 그를 봤다.
“네.”
그날 저녁 연락이 왔다.
“고마워요. 오늘 설명해주신 것도 이해하기 쉬웠어요.”
예전 같았으면 여기서부터 상대의 말투를 분석했을 것이다. 그런데 이상하게 그러지 않았다.
며칠 뒤 우리는 자연스럽게 밥을 먹게 됐다. 그는 내 이야기를 듣다가 내가 말을 멈추면 재촉하지 않았다. 내가 내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을 때도 “그래야죠”라고 했다.
그게 좋았다.
이전에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붙잡아야 안심이 됐다. 그런데 이 사람은 나를 붙잡지 않으면서도 떠날 사람처럼 행동하지 않았다.
어느 날 내가 말했다.
“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해.”
그가 대답했다.
“알아요. 나도 그래요.”
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.
나는 그 사람 앞에서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았다. 연락이 늦어도 이유를 추측하지 않았고, 바쁜 날에는 각자 자기 일을 했다. 그런데 다음에 만났을 때 관계가 그대로 이어져 있었다.
그제야 알았다.
진짜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어서 계속 생각나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. 내가 나답게 있어도 옆에 남아 있는 사람이었다.
그 사람은 화려하지 않았다. 대신 따뜻했고, 책임감이 있었고, 결정해야 할 때는 망설이지 않았다.
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.
이번에는 내가 애써 붙잡지 않아도 되겠다.